아르크투라 시 위쪽, 산길을 막아선 수레 바리케이드가 검은 열매를 먹은 마을 사람 백이십 명을 가로막고 있다. 그들은 싸우지 않는다. 미소 지으며 밀고, 당기고, 사람들을 목재 위로 끌어당긴다. 그리고 매일 아침 동이 틀 때마다 어김없이 다시 찾아온다.
바리케이드 뒤에서 파비안은 살아 있는 어떤 마법사보다도 큰 마력의 샘을 지녔지만, 턱없이 모자란다. 하룻밤에 여섯 번의 물방울이면 병든 여인 한 명이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. 나머지로는 포위전을 버텨야 한다. 쓰러지는 병사에겐 저마다 이름이 있고, 누군가는 그 이름을 적어야 한다.
바람에 실려 오는 목소리를 나르는 소년. 밤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 단 한 사람을 찾아 걸어 나가는 호위병. 스무 걸음 떨어진 곳에서 오라버니의 빛을 헤아리는 지휘관. 그리고 바리케이드의 시간을 배워 가는 적.
파비안은 거의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다. 이 산 위에서, 그는 그 힘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정해야 한다.
12 화1 회 읽음









